리치
리치는 삶이 끝난 뒤에도 보존된 기억과 스스로 부여한 기능이다. 시간을 의식적 닻으로 대체함으로써 정교하게 관리되는 영속성의 모방이 되며, 시체보다는 법칙에 가까워지지만 결코 진정한 군주는 아니다.
끝나기를 거부한 기억
리치는 단순히 신체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리를 보존하기 때문에 아우렐리온에서 가장 규율된 언데드 형태다. 형식적 분류는 리치를 고위 언데드로 부른다. 죽은 신체를 마법으로 유지하고, 개인적 시간을 성물함과 비슷한 닻으로 대체하며, 기억을 비정상적으로 완전하게 보존하고, 기능을 명시적으로 만든다. 힘, 지식, 통제, 보존은 스스로 부여한 기능의 예로 제시된다. 일반 시체가 남은 것을 반복한다면 리치는 보존하기로 선택한 목적 둘레에 인공적인 연속성을 건설한다.
그 구조 자체가 리치의 한계이기도 하다. 출처는 의식에서 영혼이 사라지고 형식적 의지도 없어진다고 말한다. 리치는 자신이 선택했던 일을 기억할 수 있고, 그 선택에서 나온 계획을 보존하며, 그 계획 둘레에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체계 자체는 아우렐리온에서 영혼을 만들어 내는 종류의 되돌릴 수 없는 개인적 변화를 막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성물함은 단순한 숨은 생명 용기가 아니다. 존재론적으로는 대체 시계다. 필멸적 시간의 통과에 정체성이 노출되지 않도록 외부에서 계속 같은 자아를 유지하는 장치다.
코덱스는 리치가 살아 있는 존재보다 군주에 더 가깝지만, 그 자체가 법칙은 아니기 때문에 더 약하다고 말한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군주는 기능을 너무 절대적으로 구현해 존재 자체가 그 주위에서 휘어진다. 리치는 자신을 하나의 목적에 좁히고 기억으로 그 목적을 방어함으로써 그 상태를 흉내 낸다. 오래 살아남을수록 기록고는 강해지지만, 생존과 자기 정의 안에 갇히는 것을 구별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리치는 영속성을 얻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될 가능성을 줄여 간다.
출처는 의식적으로 시간을 대체하는 전통과 관련해 ‘뼈의 왕국’을 언급하지만 그 제도의 역사 대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이는 결함이라기보다 유용한 여백이다. 아우렐리온의 리치화는 황금 불멸, 흡혈귀의 기억, 요정 거래로 분리된 영혼과 같은 세계 안의 철학적 극단으로 가장 잘 작동한다. 모두 같은 질문을 한다. 시간이라는 변수를 제거하면 사람의 어느 정도까지 보존할 수 있는가? 리치의 답은 가장 학구적이고 어쩌면 가장 암울하다. 목록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존하고, 그 목록에 반박할 수 있었던 부분은 사라졌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