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인간
두더지인간은 연대기가 아니라 터널을 통해 역사를 운반한다. 기억은 장소에 묶이고, 시간은 폐쇄된 삶 속에서 느리게 흐르며, 물려받은 길을 떠나는 드문 행동은 의지의 행위가 될 수 있다.
땅 아래의 기억
아우렐리온에서 두더지인간은 세계와의 관계가 좁아지면서 장소 자체가 기억의 한 형태가 된 지하 인간으로 묘사된다. 시간은 여전히 신체를 통과하지만 매우 느리게, 거의 점성 있는 것처럼 흐른다. 중요한 과거는 반드시 날짜가 붙은 사건의 연속이 아니다. 갱도, 방, 막힌 통로, 손끝으로 알아보는 암맥이 과거가 된다. 기억은 국지적이며 장소를 통해 전해질 수 있다. 기능 역시 같은 폐쇄성에서 나온다. 살아남고, 길을 유지하고, 접근을 보존하며, 지하 질서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두더지인간은 형이상학과 지리를 떼어 놓기 어려운 민족이 된다. 지상 인간에게 이사는 전기를 바꾸는 일일 수 있다. 두더지인간 공동체에게 터널을 잃는 것은 전기가 저장되는 구조 일부를 잃는 일이 될 수 있다. 출처는 돌이 모든 개인 기억을 문자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기억이 장소에 묶이고 의지가 좀처럼 터널 바깥으로 뻗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론은 신비적이면서 정치적이다. 영토는 그들에게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연속성의 일부다.
기원은 의도적으로 불확실하다. 넓은 종족 표는 환경적 고립, 즉 지하 환경이 인간을 바꾼 결과라고 설명한다. 더 이른 기원 조사에서는 인간 시대에 드루이드, 혹은 붉은 왕들이 ‘대지의 민족’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두 설명은 같은 말이 아니다. 하나는 적응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젝트다. 아우렐리온은 둘 다 유통되도록 남겨 둔다. 가장 오래된 역사가 지상 왕국의 기록 보관소 아래에 묻혀 있는 민족에게 어울리는 불확실성이다.
대순환 분류는 이들에게 한 가지 놀라운 탈출구를 부여한다. 영혼은 드물지만, 두더지인간이 물려받은 지하 질서를 의식적으로 떠날 때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지상 여행이 깨달음이라는 뜻은 아니다. 선택된 이탈이 기능을 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익숙한 터널은 해야 할 일을 말한다. 진정한 출구는 다른 행동도 가능했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두더지인간의 떠남, 추방, 잃어버린 입구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 이상이다. 길이 운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운명을 거부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이야기다.